마을미디어 '마방'

관리자
발행일 2024-09-06 조회수 57
정책상상 2022 남양주시

2022년 정책상상 지원사업을

우수하게 수행한

남양주시  '마을방송 마방’

소개합니다!


▲ '마을미디어 마방' 박현주 기자, 정화자 기자, 전성기 기자ⓒ왕유정

시작은 단순했다. 남양주 퇴계원 읍에서 25년을 살며 점점 사라지는 골목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한 사람, 전성기 씨가 있었다. 그는 2021년 겨울, 한 중학교 체육대회에서 남양주 시민기자인 박현주 씨와 마주쳤고 순간 서로를 알아보았다. 이 사람이라면 사진뿐만 아니라 글로도 마을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박현주 씨가 소개한 남양주 시민리포터로 활동하는 20대 청년까지 사진과 글, 영상이 모두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남양주 퇴계원 읍에서 그곳 소식을 전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세 명은 '퇴계원 마을미디어'를 만들자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지? 마을미디어가 뭐지?'라는 고민에 봉착했다.

2022년 '마을미디어 마방' -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를 통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다.

▲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왕유정

전성기 씨에 의하면 '무엇을 해도 할 것 같은' 박현주 씨가 어느 날 달려왔다.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에 정책상상 제안을 하면 300만원을 지원한대요!" 박현주 씨는 2022년 4월 18일 도미니 '정책상상' 공모사업에 '퇴계원 지역민의 소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제안서는 간단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메모장에 적듯 기입하기만 하면 된다.

▲ 경기도 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에 올린 마을실험실 '정책상상' 제안글ⓒ왕유정

박현주 씨가 경기도 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에 올린 제안서는 딱 세 단락이었다. 단순하지만 계획은 치밀하고 원대했다.

남양주 마을 미디어 공동체 출범!!

'6월 씨앗심기(미디어에 관심 있는 주민 모임을 중심으로 학습 및 토론, 사례 탐방을 진행함으로써 운영 주체를 모으고, 활동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한다), 7월 토양 만들기(설문조사와 토론회를 통해 마을 미디어에 대한 지역 주민의 관심을 공론화시키고, 마을 미디어의 역할과 형식에 대해 모색한다.), 8월 싹 틔움 (마을 미디어 활동가를 모집하고, 마을 미디어 활동 모임(단체)을 출범시킨다.)'

▲ 마을실험실 '정책상상'을 통해 진행된 마을미디어 강의ⓒ왕유정

이 제안은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를 방문한 사람 중 26명의 공감을 받았다. 글을 올리고 3일 만에 <정책상상> 제안 선정 검토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2개월 후인 2022년 7월, 상상 속의 '퇴계원 마을미디어'는 '마을미디어 마방'으로 현실이 되었다. 마을실험실 '정책상상' 지원금 300만원은 2022년 7월부터 11월까지 '마을미디어 마방'이 마을미디어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지역 사례를 조사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마을미디어 마방'ⓒ왕유정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마을미디어 마방'은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우리는 30년 후에도 퇴계원산대 놀이를 즐기고 싶다>가 OBS에 방영될 정도로 성장하였다. 2023년 남양주 마을공동체 중 최우수 마을공동체상도 받았다. 3명이던 모임원은 어느 새 12명으로 늘었다. 인터넷 카페 '마을미디어 마방'과 유튜브 '마을미디어 마방'에 꾸준히 지역 소식을 올리면서 취재를 요청하는 단체도 많아졌다.

 

▲ '마을미디어 마방'에서 활동하는 10대 기자들ⓒ왕유정

한 달에 한 번 발간하는 마을신문 '동네방네'는 새마을금고에서 매월 인쇄비 20만원을 후원받는다. 올해에는 마을에 사는 청소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방 영상 공모전'도 준비 중이다. 마을이 청소년과 청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으며 공모전을 통해 마을을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을미디어 마방' 기자들, 그들이 궁금하다

▲ 인터뷰를 응원하러 온 '마을미디어 마방' 기자들ⓒ왕유정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남양주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을미디어 마방'을 만났다. '경기도 마을실험실 사업'을 통해 마을미디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이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마을미디어 마방(이후 ‘마방’)'을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마방’ 기자들이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모였다. 인터뷰이로 자리한 '마방' 기자들은 늘 다른 사람을 찍기만 해서 찍히는 것이 쑥스럽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 '마을미디어 마방' 박현주 기자, 정화자 기자, 전성기 기자ⓒ왕유정

Q. '마방' 기자님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화자 : 안녕하세요. '마방' 기자 정화자입니다. 저는 1년 전 '마방'이 방송 촬영하는 걸 보게 되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서로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에 반해서 저도 하고 싶어져서 '마방'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전성기 : 저는 '마방' 기자 전성기입니다. '마방' 방장이라는 직책은 맡고 있지만 저희 모두 두루두루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영상을 하기 전에 먼저 사진으로 기록을 했어요. 행사 등을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상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영상 촬영도 하고 있습니다.

박현주 : '마방' 기자 박현주입니다. 저희가 살다 보면 나라 소식이나 남양주 소식도 궁금하지만 우리 마을 소식도 궁금하잖아요.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정보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미디어가 딱인 것 같아서 '마을미디어 마방'을 시작하게 됐어요.

▲ 떨리는 손을 잡고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마을미디어 마방' 정화자 기자ⓒ왕유정

Q. 남양주시 퇴계원 읍에서 '마방'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화자 : 퇴계원은 작은 마을이지만 인구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서울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밤이 되어야 사람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서로 소식도 모르고 교류할 기회가 없고요. 그리고 자기가 사는 마을에 애정을 가져야 삶이 풍요로워지잖아요. 애정을 가지려면 먼저 마을을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방'이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교류할 수 있는 마당이 되어서 퇴계원 주민들이 마을에 애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 '마을미디어 마방' 박현주 기자, 정화자 기자, 전성기 기자ⓒ왕유정

Q. '마방' 활동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20대 청년과 중고등학생이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세대 차이도 있어 함께 활동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나요?

전성기 : '마방' 기자단은 지금 10대와 50대, 60대로 이루어져 있어요. 처음 함께 했던 20대 청년은 취업해서 서울에 있고요. 10대 학생들을 만난 건 '마방'이 생기기 전이에요. 제가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축제도 많이 다녔거든요. '마방'이 생기고 나서 학생회나 기자단 역할을 하는 학생 두 명에게 콘텐츠 제작 의견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학생들이 학교 밖 마을에 대해서도 관심 가졌으면 해서요. 덕분에 지금은 행사가 있을 때 만나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생은 학업이 우선이니까 정규회의에 참석 안 해도 되고 자기가 활동 가능한 시간에만 참여하고 있어요. 학생 기자단 스스로 기획하고 구성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 기자단은 40~60대를 대상으로 마을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퇴계원에는 '마방' 기자들처럼 50대와 60대가 가장 많거든요. 요즘은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 '마을미디어 마방'에서 대표인 방장 역할을 맡고 있는 전성기 기자ⓒ왕유정

Q. '마방'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전성기 : '마방'에 기자들이 늘어나는데 공간이나 기자재가 없어 어려움이 많아요. 저희가 따로 일을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저녁에 뉴스를 진행해요. 공공기관은 6시면 문을 닫아 고민입니다. 뉴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축제나 행사장에서는 카메라나 음향도 더 정밀한 게 필요하고요. 운영비는 마방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어요. 촬영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추가비용도 늘고 있어요. 마방은 촬영비를 받지 않거든요.

이런 저런 고민은 많지만 어떻게든 기록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후원 계좌에 5천 원씩 후원해 주기도 하세요. 알아주는 것 같아 힘나고 보람도 느낍니다. 무엇보다 같이 모여서 하는 분들이 즐거워해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화질이 약간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는 '마방' 활동이 늘면서 기록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요. 10년 넘게 기록해온 자료들을 어떻게 나누고 보관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박현주 기자가 하는 말을 경청하는 '마을미디어 마방' 기자들ⓒ왕유정

Q. 2023년에 남양주시에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안하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현주 : 2022년에 마을미디어 사례 조사를 하면서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방' 뿐 아니라 다른 공동체도 마을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활동 지원 근거가 되는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양주시에서는 마을미디어를 처음 시작한 곳이 '마방'이거든요.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안하기 전에 '마방'이 마을미디어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로 했어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다른 공동체나 단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연대하기로 했고요.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지금 남양주시에서 '마을미디어 마방'은 꽤 유명해졌어요. 마을 총회 때 촬영 요청도 들어오고 다양한 행사에서 취재 요청도 오고요. 이제는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위해 시의원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올해나 내년 초를 생각하고 있어요.

▲ '마을미디어 마방' 박현주 기자, 정화자 기자, 전성기 기자ⓒ왕유정

Q. '마방'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현주 : '마방'이 지역사회에서 시끌벅적한 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시끌벅적하다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소통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지역에서 지역 주민이 민주적인 시민 의식을 갖고 진정한 주체가 되는 모습이겠지요. 그래서 '마방'은 지금처럼 마을 소식지, 마을 방송 유튜브, 또 네이버 카페를 부지런히 운영하고요. 지역 아카이빙과 마을 사진전, 영상 공모전, 미디어 축제 등 다양한 궁리들을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성기 : 제가 여기 거주한 지 25년이 넘었어요. 퇴계원에 변화가 많다보니 지금은 사라진 마을 모습들이 저희 기록에 많이 남아 있어요. 서울 사진과 연대해서 마을 기록을 차곡차곡 남겨 놓고 싶어요. 시민의 삶과 연결된 소중한 골목들, 골목에 핀 꽃 등을 잘 정리해 두고 싶어요. 앞으로도 퇴계원에 있는 29개 리를 한 곳씩 기록할 생각입니다. 거창한 서사는 없지만 그게 다 역사가 있는 곳이거든요.

▲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는 박현주 기자ⓒ왕유정

 

Q. ‘정책상상’ 지원사업이 갖는 가치 또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현주 : 상상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또는 우리가, 지역이 관심을 가지고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들을 만들어가는 첫 걸음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정책상상' 지원사업이었습니다.

Q. '정책상상'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을 미디어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박현주 : 사업명이 '정책상상'이라서 정책을 제안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마방' 활동을 해 보니까 저는 상상이 먼저인 거 같습니다. 정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상상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상상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씩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지원받는 방법 중 하나가 '정책상상' 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Q. 나에게 '마방'이란?

​전성기 : 나에게 '마방'이란 '자식'이다. 그러나 친자식은 아니다. 이유는 처음에 '마방'을 3명이 모여서 만들긴 했지만 제 것이 아니고 마을 전체 공동체 소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친자식처럼 아주 사랑하지만 소유권은 제 것이 아니다.

정화자 : 나에게 '마방'이란 '조미료'입니다. 음식을 할 때 조미료를 넣으면 감칠맛이 나듯이 '마방'이 있어 내 일상이 반짝거립니다. '마방'이 있어서 저는 활기차졌고 즐거워졌습니다.

박현주 : 나에게 '마방'이란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 같이 하고 있는 '마방' 기자님들이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분들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있고 '마방' 활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마방' 활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마방'에 관심가지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조명 아래에서 박현주 기자가 화사하게 촬영되도록 자리를 조정하는 전성기 기자ⓒ왕유정

▲ 뒤에서 '마을미디어 마방' 기자들의 모습을 조용히 촬영하는 '마방' 기자ⓒ왕유정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과 사람을 사랑하는 시민이 만나 ‘마방’이 되었다. 많은 경우, 나이 50세가 넘어가면 세상이 시들해진다. 그러나 이날 만난 '마방' 기자들 얼굴에는 행복과 충만이 어려 있었다. 마을 소식을 전한다는 대의적 가치 외에 만나면 행복해지는 기적이 '마방'을 성장시켰을 수도 있다. 체육대회에서의 첫 만남 이후 이제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정책상상’을 거름삼아 쑥쑥 자라난 '마을미디어 마방'이 1~2년 후에는 남양주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라는 넓은 밭에서 풍성한 마을소식을 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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